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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큰일로 만들지 말라> 류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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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8-04-14 15:20 조회2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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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큰일로 만들지 말라> 류시화
    
    
한 사람이 라다크 지방을 여행했다. 해발 3,500미터의 레 시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한 그는 다른 투숙객이 휴대용 산소호흡기를 하고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말로만 듣던 고산병을 실감했다. 3층의 객실을 오르내리는 데도 숨이 찼다. 곧이어 머리가 지끈거리고 어지러움증이 밀려왔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속이 미식거리고 증상이 더 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숙소 주인이 하루만 쉬면 괜찮다고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머리가 조여 오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비싼 돈을 내고 대여한 산소호흡기도 별 효과가 없어 보였다. 그리하여 고산병에 대한 공포가 커져만 갔다. 3일째 되는 날, 의사가 와서 진찰을 하고 혈중 산소 농도를 측정한 후 단순한 소화불량이라며 약을 처방했지만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다.
   
결국 닷새 동안의 정해진 여정을 게스트하우스의 방 안에 누워서 다 보낸 후 비행기를 타고 델리로 내려와야 했다. 나중에야 다른 라다크 여행자들로부터 그 정도는 고산지대에서 누구나 겪는 사소한 증상임을 듣고 스스로 문제를 키운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고 그는 나에게 말했다.
   
외부 상황에 대한 지나친 해석으로 내면의 전투에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일은 인간 심리의 흔한 측면이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눈을 감고 앉아 있을 때 노랑 앵무새를 생각하지 말라."라고 말한다면, 당신은 눈을 감자마자 노랑 앵무새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 생각은 차츰 강박적이 되어 밥을 먹을 때나 일을 할 때나 걸을 때나, 심지어 꿈속에서도 노랑 앵무새가 나타날 것이다. 그 새를 키우는 것은 당신 자신이다.
   
남인도 첸나이에 처음 갔을 때의 일이다. 자정 넘은 시각에 도착해 숙소를 향해 가는데, 12월인데도 폭우가 쏟아져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천 하나로 막은 오토릭샤 안으로 비가 들이쳐 백 미터도 못 가서 속옷이 흠뻑 젖고 배낭은 물에 빠뜨린 꼴이 되었다.
   
내 인생에서 짧은 시간에 그토록 많은 비를 맞은 것은 처음이었다. 바퀴까지 잠긴 오토릭샤가 종횡무진으로 달리니 앞쪽에서 퍼붓는 비까지 다 맞는 기분이었다. 쇠막대를 움켜쥔 내 두려움을 느꼈는지, 릭샤 운전수가 어깨 너머로 말했다.
   
"낫싱 스페셜!"
   
'큰일이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우기가 긴 남인도에서는 12월에도 종종 폭우가 쏟아진다). 그 한마디 말이 부정적인 상상으로 내면의 전투를 벌이려는 내 마음을 바꿔 놓았다. ‘나는 여행자 아닌가? 아열대 나라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비를 맞아 보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밤, 젖은 옷과 배낭 안의 물건들을 게스트하우스 방 안에 늘어놓고 잠이 들었지만, 아침에 창문을 여니 날이 활짝 개어 있고 노란 바나나를 가득 실은 수레가 지나가고 있었다.
   
마음이 강박적인 생각을 내려놓을 때 가슴과 느낌이 열린다. 우리들 중 많은 이들이 삶에서 배우는 것이 그것이다. 문제를 키우는 것은 실제로 우리 자신이며, 이 점에선 어느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우리는 영원하지 않은 문제들에 너무도 쉽게 지나친 힘을 부여하고, 그것과 전투를 벌이느라 삶의 신비와 아름다움에 애정을 주지 않는다. 삶에서 겪는 문제 대부분이 그런 식으로 괴물이 되어 우리를 본질적인 것에서 멀어지게 한다. '영적인 삶'의 정의는 '가슴을 여는 것', 혹은 '받아들임'이 전부일지도 모른다.
   
말기암 진단을 받은 한 여성이 충격을 받고 심한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녀를 위로하기 위해 방문한 불교 스승에게 조언을 청하자 그 스승이 말한다.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아요."
평소에 수행을 해 오던 그녀는 그 조언의 의미를 이해하고 차츰 마음의 평정을 되찾는다. 그리고 암은 자신의 일부일 뿐 전부가 아님을 깨닫고 주위에서 놀랄 정도로 과거보다 더 활동적인 삶을 이어간다. 암에 대한 생각을 내려놓자 두려움과 싸우던 에너지가 생명력으로 바뀌어 스스로를 치유하기 시작한 것이다. 문제와 화해하고 받아들일 때 문제는 작아지고 우리는 커진다.
   
그렇다, 행복한 일이든 불행한 일이든 이것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 물론 이런 조언은 함부로 흉내내선 안 된다. 만약 당신이 큰 성공으로 기뻐하거나 불의의 상실로 고통받는 누군가에게 ‘그것을 그렇게 큰일로 만들지 말라’고 조언했다간 당장 쫓겨나거나 절교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 그 조언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일어난 일에 적용할 때 의미가 있다.
    
    
류시화 페이스북 2018.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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