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이야기
< 힐링이미지 < 힐링이야기

기도성취, 되지 않는 것이 되는 것이라는 그 모순에 대하여

페이지 정보

작성일18-04-14 15:24 조회1,053회 댓글0건

본문

수행의 두레박 둘 저녁예불을 마치고 안행을 하려고 밖으로 나오는데 대웅보전이라는 거대한 황금빛 현판의 글 씨가 가로등 불빛에 반사되어 시야 가득히 들어왔다. ‘大雄寶殿이라…’그 순간 출가 후 겪어온 모든 마음고생에 보답이라도 하듯 환희심으로 가슴 이 벅차 올라왔다. 내가 무슨 복을 지었기에 이렇게 좋은 도량에서 매일 부처님께 예경 올리고, 백 천만겁 지나도 만나기 어렵다는 희유한 가르침을 들으며 수행하고 있는지, 전생의 나에게 고마웠 고 이렇게 출가 수행자로서 정진할 수 있게 도와주고 계신 모든 존재들께 깊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 다. 더불어 불도를 이룰 때까지 저와 함께 해달라고 살짝 부탁도 드렸다. 

 

나의 경우 출가하여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이 바로 기도가 성취되지 않았기 때문 이다. 만약 내가 원했던 기도가 성취되었다면 아마 출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상하게도 바라는 것 이 있어 기도를 할 때마다 그 소원이 성취된 적이 없었다. 좋다는 기도처에 기도도 올려보고 내가 직접 수차례의 100일 기도도 해보았지만, 간절한 바람이 담긴 기도를 한 순간 空으로 절복시키시는 부처님의 방편력에 나는 온몸으로 절규하며 수순하는 법을 배웠다. 아! 딱 한번 성취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 자격증시험에 합격하면 출가하겠다는 발원을 했 었는데 떡하니 합격하는 것이 아닌가!!! 뭐지 이건?? 그 후로 나는, 나의 출가는 이미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을 고쳐먹었다. 전생에 아마도 부처님께 출가하여 열심히 수행하겠다는 약속을 한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출가하겠다는 단서 를 붙이자마자 시험에 합격하는, 이런 삶의 모순을 받아들이기 참 힘들다. 

 

부처님과의 약속이라는 이유만으로 합격한 자격증을 한 번도 써먹지 못한 채 출가하는 내가 너 무 순진한 것이 아닌가 고민도 했지만, 요즘 돌이켜보면 출가는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절묘한 운명 의 한 수였다는 이해를 넘은 감동과 배려까지 느끼고 있다. 

 

지난 가을철 80일간의 작압전 기도 부전 소임을 살았다. 물론 개인적 원이 있었기에 열심히 기 도를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여름철 반장소임을 사느라 이런저런 신경전을 너무 많이 한 탓인지 반 기도 성취, 되지 않는 것이 되는 것이라는 그 모순에 대하여 석인 / 사집과 40 스님들과 부딪치는 것조차 싫었던 나는 시간만 나면 작압전으로 향했다. 최대 수용 인원 2명, 그러 나 누군가가 먼저 들어와 있으면 다른 사람들은 들어올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작압전은 온전히 나 만의 공간이었다. 

기도를 시작하는 초반에는 속에서 올라오는 분노의 감정과 내가 옳았음을 입증하려는 변명들 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와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고 거친 파도처럼 출렁이 던 마음이 점점 차분해지면서 강하게 올라왔던 상대방에 대한 미움보다는 내가 잘못한 것들이 더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담임 교수 스님께서 반장소임을 살면 반 스님들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하셨는데, 기도부전 소임 을 살다보니 내가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끔찍이도 비난했던 누군가의 이기심과 똑같 은, 아니 그보다 더한 나의 이기심이 여실하게 드러나는 것이 아닌가? 내가 이렇게 이기적인 인간이 었다니… 충격이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가 절대적으로 옳고 상대방이 틀렸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었다…. 누군가의 지적이나 비난에 화가 나고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이 나를 몰라서가 아니었다. 내가 나를 몰라서였던 거였다. 

 

작압전 기도를 시작하면서 발원했던 개인적인 소원은 역시나 산산이 부서졌다. 하지만 나름의 경험으로‘되지 않는 것이 되는 것’이라는 기도 성취의 모순을 믿는다. 모순이란 나의 좁은 소견으 로 모순이지 그것은 모순이 아니라 좀더 크게 멀리 보기 위한 궤도 수정인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대 웅大雄이시기에 언제나 나의 에고가 원하는 것 이상의 훨씬 거대한,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을 주셨 으니까…. 

 

법화경』「비유품」에 보면 놀기에만 정신이 팔려 불타는 집 에서 나올 줄을 모르는 아들들을 불러내기 위해 장자는 다음 과 같은 회유책을 제시한다. 너희들이 원하던 수레들, 양이 끄는 수레, 사슴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들이 지금 대문 밖에 있으니 어서 나와 가져가라고. 아들들은 신이 나서 황 급히 불타는 집에서 뛰쳐나왔다. 아들들이 모두 나온 것을 보고 마음이 한없이 기뻤던 장자는 아들들에게 흰 소가 끄 는 온갖 보배로 장식된 큰 수레를 모두에게 똑같이 나누어 주었다. 아들들은 제각기 큰 수레를 타고는 일찍이 없었던 희유함을 느꼈으나 원래 이것까지는 감히 바라지 않았던 것 이었다. 

 

기도 성취가 잘 되지 않는다고요? 되지 않는 것이 되는 것이라는 기도 성취의 모순을 받아들여 보세요. 여러분의 기도는 지금 성취되고 있는 중이랍니다.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